'호랑이'에 해당되는 글 188건

  1.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16) 2012/02/09
  2. 태풍_나쓰메 소세키 (10) 2012/02/09
  3. 자전거 탄 소년 (11) 2012/02/08
  4. 전망 좋은 방_다시 읽기 (11) 2012/01/30
  5. 전망 좋은 방_영화 (12) 2012/01/24
  6. 현재 갖고 있는 책 목록 2012/01/12
  7. 2천년 식물 탐구의 역사 (16) 2012/01/09
  8. 걸어도 걸어도 (5) 2011/12/22
  9. 퍼펙트 센스 (6) 2011/11/26
  10. 프랑스 중위의 여자 (8) 201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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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Where Angels Fear to Tread (1905)
E. M. 포스터 |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벨로, 키드가 스포일러 자제하며 포스팅했는데 나는 그냥 쓰겠음. 앞으로 읽으실 분들 주의요. 혹은 아래 두번째 단락은 빼고 읽으세요.)

드라마 홈페이지를 보면 등장 인물의 성장 배경이나 성격을 설명해 주고 이에 더해 인물 관계도가 나오기도 하는데 가끔 너무 친절한 설명에 실소를 터트린 적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그렇게 나타낸다면 어떨까? 성격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어찌어찌 설명한다쳐도 그들 사이에 감정의 화살표를 긋기에는 애매할 것이다. (등장 인물이 별로 많지 않지만) 우호적이었다가 적대시하고, 데면데면한 사이에서 우정이 발생하고 혹은 사랑을 느끼고, 고요했다가 폭발했다가 다시 고요해지는 등.
키드니의 조언대로 책을 받자마자 커버를 벗겨내고 모셔두고 있었는데 손에 잡은지 하루만에 다 읽었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나는 하루만에 한 권 읽기 쉽지 않다. 더욱이 ㅌㄹ왕실이 보장한 만큼 재미는 확실했다. 나는 키드니가 "포스터가 막장 드라마를 쓴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라고 표현했던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이야기가 완전 현대극처럼 느껴지는 거라.

배경은 '친절하면서도 안쓰러운' '치졸한 이타심'이 지배하는 소스턴 사회 그곳에서 교양있고 돈있고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헤리턴 가. 젊은 미망인 릴리아는 악의는 없지만 철없는 푼수에 시댁 가풍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 도덕과 교양으로 무장하고 사실은 위선과 억압으로 사람들을 조종하는 헤리턴 부인, 종교적 신념에 사로잡힌 해리엇, 필립은 미적 감각과 유머를 갖춘 방관자로 시작하고, 도덕적이고 예의바른 애벗은 초반에 이해할 수 없는 오지랖을 펼친다. 그리고 가진 것 없는 이탈리아 청년 지노.
이런 지경이니 나는 누구에게 정을 붙이고 읽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리고 '막장'이라는 키워드가 내 머릿속에 강하게 작용했기에 등장 인물간 애정에 주목해 처음에는 릴리아와 시동생 필립의 불륜을 예상했었다. 초반에 그 가능성이 사라지자 남은 인물은 둘, 혹시 그 둘이 결혼하는 거 아냐? 했는데.... 설마하니 그런 사고가 일어나리라고는! 깜짝 놀랐네. .

이 작품은 <전망 좋은 방>에 비해 우아한 맛은 없지만 웃기기는 더 웃긴다. 릴리아의 부부 싸움이나 필립과 지노의 대면 같은 심각하고 비극적인 장면을 읽다가 갑자기 폭소가 터져 코미디를 방불케한다. 또 중대한 목적을 가지고 이탈리아에 온 일행이 무료한 저녁시간을 때우려고 극장에서 오페라를 보는 장면은 정말 매력적이다. 장면이 막 눈앞에 그려진다. 그곳에서 지노와 만난 필립에게는 다시금 이탈리아에 대한 사랑이 피어오른다.
서서히 변해가는 영국인 둘 그리고 본성이 드러나는 이탈리아인 지노를 보며 나는 포스터의 가르침을 깨닫게 된다. 그는 나에게 언제나 사랑을 가르쳐준다. 남은 건 용기와 실천인데, 이탈리아에 가야 하나?


"그럼요. 여기 사람들은 인생을 사는 법을 아니까요.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형편없는 게 낫다고 생각하죠. 바로 그래서 여기 그렇게 훌륭한 게 많은 겁니다. 오늘밤의 공연이 아무리 형편없어도 그건 살아 있을 거예요. (....) " p.131

방 안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어질러져 있었다. 음식들, 침구들, 에나멜가죽 장화, 더러운 접시와 칼들이 커다란 탁자 위는 물론 방바닥 여기저기를 뒹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수선함은 폐허의 어수선함이 아니라 삶에서 나오는 어수선함이었다. p.147

2012/02/09 23:28 2012/02/09 23:28
태풍_나쓰메 소세키
from 호랑이 2012/02/0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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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野分 | 나쓰메 소세키 | 현인


<태풍>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 작품성이나 재미가 좀 떨어진다. 등장하는 도야 선생에 나쓰메 소세키가 많이 겹쳐 보이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도야의 말이나 연설로 직설적으로 나타난다. 결말에서 반전이라면 반전이랄 수 있는 사건이 있는데 책을 덮고 난 뒤 도야의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되는 걸 보면 나는 역시 그의 높은 이상이나 인격의 가치 보다 아내의 생활비 걱정에 더 많이 동조한 거 같다.
책 앞에 붙여진 '문사의 생활' 이란 글은 재밌다. 나쓰메 소세키가 왠지 변명하는 것 같아 우습기도 했는데 사실이 그러했으니 그렇게 쓴 거겠지. 그리고 좀 귀엽기도 하다.
책의 만듦새는 후지다. 나쓰메 소세키 사진에 이물질 들어가 있고 ㅜㅜ 본문 글자가 번진 부분도 있고 그림 설명이나 페이지마다 제목을 쓴 폰트는 구리다.


어쩌면 선생은 장식 이외의 어떤 것을 목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단지 이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을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아내는 불쾌해진다. 여자는 장식에 살고 장식에 죽는다. 대다수의 여자는 자신의 운명을 지배하는 연애조차도 장식시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연애가 장식이라면 연애의 중심인 애인은 물론 장식품이다. 아니, 자기 자신조차 장식품이라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장식품이라고 보지 않는 사람을 평하여 바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여자는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이 그렇게 바라본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 주위를 둘러싼 사물이나 인간이 이 장식용 목적에 합당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면 왠지 모를 불쾌감을 느낄 뿐이다. (p.72)

인간의 교제에는 언제나 '아차'가 생략된다. 생략된 '아차'가 거듭되면 싸움 없이도 절교를 하게 된다. 친한 부부, 친한 친구가 마음 속의 '아차, 아차' 때문에 점차로 서로에게 정나미가 떨어지게 되는 법이다. (p.180)

"그렇다면 내 말을 흔쾌히 받아들이면 될 게 아닌가. 스스로 불쾌한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봐서, 자네 눈에 비친 나까지도 불쾌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다카야나기 군은 한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랬다, 자신은 세상을 불쾌하게 하기 위해서 살아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p.239)

2012/02/09 22:36 2012/02/09 22:36
자전거 탄 소년
from 호랑이 2012/02/08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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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소년 Le Gamin Au Velo, The Kid With A Bike (2011)
감독 : 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올초에 마을 주민들과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보러 갔을 때 이 영화 예고편을 보고 키드니에게 "아름답고 강렬하다!"라는 찬사가 너무 식상하지 않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영화를 본 뒤, 저 뻔한 문구는 여전히 별로지만 나를 사로잡은 이야기임은 틀림없다. 영화가 끝나고 마음속 답답함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채 극장을 나와 기분이 착 가라앉아 버렸다.

사만다와 시릴이 자전거 타고 소풍 나온 장면에서 영화가 끝났더라면 기분은 좀 나았을까? 하지만 그렇게 끝났더라면 시릴의 변화(가능성)에 대해 약간 의구심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린이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어린이가 고통 받거나 아픈 영화를 보기가 힘들다. 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저렇게 상처만 주는 걸까? 그것도 아버지란 작자가 말이다. 친절한 척 시릴에게 접근해 결국 강도짓이나 시키는 불량배도 그렇고. 시릴도 아버지와 당장 같이 살기 힘들거란 걸 다 이해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전화만이라도 해 주길 바라는데 그것마저 안 된다고 하는 아버지. 상처 뿐인 시릴에게 생판 남인 사만다는 자전거를 다시 찾아주고 주말 위탁모가 되어준다. 물론 시릴의 상처가 사만다를 만났다고 쉽게 치유되지는 않는다. 둘이 실랑이 후 시릴이 나가고 사만다가 울어버릴 때 나는 사만다가 그만 시릴을 포기할까봐 너무 걱정이 되었다. 시릴이 사만다에게 어째서 자신의 위탁모가 되었냐고 물었을 때, 사만다는 네가 원하지 않았느냐고 한다. (여기서 그러니까 왜 허락했냐고 시릴이 또 묻던가??? 기억 안나 -_-) 먼저 보듬어 주지 못 하더라도 최소한 아이가 손을 뻗었을 때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다. (이 문장 너무 간지러운데 사만다가 천사같이 보여서 감동받았다.)


힘든 감상은 마치고 쓸데없이 몇 마디 덧붙임.
- 사만다가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 힘들다고 하는 장면에서 문득 "자전거 무서워."라고 했던 미아니 댓글이 떠올라 큭큭.
- 마지막에 시릴이 그 사고를 빌미로 사만다의 빚(손해배상)을 상계하면 어떨까하는 현실적인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멀쩡히 일어나기에 "얘 수퍼맨이네." 했다. 암튼 다행이여.
- 자전거의 치유 효과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파랑은 자전거를 탈 때 네 얼굴을 스치는 바람과 같아." <천국의 속삭임> 미르코. 나 이 영화에서 옥의티 발견했다. 미르코가 여자애랑 자전거 타고 시내 나갈때 여자애가 치마를 입고 있는데 (이 영화 본 사람은 넘어져서 무릎 까진 장면 기억할 듯) 시위대를 만났을 때는 바지를 입고 있더니 다시 학교로 돌아올 때는 치마를 입고 있다.
- 요즘 곧잘 돌려보는 뮤직비디오 30 Seconds To Mars의 'Kings and Queens' 유튜브 링크 -> 클릭 
자전거 타고 야밤에 시내 질주하는 거 멋있고 재미있을 거 같다.

2012/02/08 21:58 2012/02/08 21:58
1.
이탈리아에서 루시 일행이 마차를 타고 소풍을 가던 중 마부석에 앉은 마부와 그의 여동생(사실은 연인)이 정숙하지 못한 행동을 하자 이거 목사는 여동생을 내리게 한다. 마부와 여자는 루시에게 도움을 청하며 여자는 뒤에 오는 (조지가 타고 있는) 마차를 가르킨다. 나는 여자가 이런 행동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 했다. 아항! 마부와 여동생은 뭔가 눈치채고 있었구나.


2.
둘은 옷을 싸기 시작했다. 로마행 기차를 타려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샤럿의 재촉에 따라 두 방을 왔다 갔다 하는 루시에게는 마음 속에 미묘하게 이는 아픔보다 촛불 아래서 짐을 싸야 하는 불편함이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p.96)

루시와 조지의 키스 사건이 있은 후 샤럿은 루시를 바이스 모자가 있는 로마로 데려가려 한다. 이때 루시의 마음 속에 미묘하게 이는 아픔이 무엇인지 루시는 몰랐고 이후로도 한참 모른채 지낸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촛불 아래서 짐을 싸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루시. 오~! 사랑은 사랑이고 역시 불편한 건 불편한거지. ㅋㅋㅋㅋㅋㅋ


3.
세실은 루시에게 세 번째 청혼에서야 허락을 받아낸다. 첫 번째는 로마에서 두 번째는 알프스 산맥 중턱에서였다. 그들은 몇 년간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4.
그녀는 밤마다 불안했다. 조지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 두 사람은 목사관에서 곧 다시 만났다 - 그의 목소리가 어찌나 마음을 흔드는지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p.175)

루시는 이것을 예민해진 신경에서 기인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포스터가 끼어들어 <루시가 조지 에머슨을 사랑한다>라고 분명히 설명해 준다.


5.
"인정이 가득할 수 없는 건 세상에 빛이 가득할 수 없는 거랑 비슷해요."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사람이 서 있으면 그림자가 지죠. 햇빛을 가리지 않겠다고 이리저리 옮겨 봐야 소용없어요. 그림자도 계속 따라오니까요. 그러니까 내가 서 있어도 피해가 가지 않는 곳을 선택해야 해요.... 맞아요, 되도록 피해가 적은 곳을 선택해야 해요. 그리고 거기서 태양을 향해 혼신을 다해 서 있어야지요." (p.186)


6.
조지가 허니처치 가로 테니스를 치러 왔을 때 세실은 조지와 루시 앞에서 레비시의 책을 읽어준다. 당황한 루시는 차를 마시자며 집안으로 들어가는데 그때 조지는 세실이 뒤쳐진 사이 다시 루시에게 키스를 한다. 영화에서 이 장면을 보고 원작에 없는 것을 감독이 삽입한 줄 알았는데 원작에도 존재하는 장면이다.


7.
"...(생략) 하지만 우리 아들놈이랑 결혼해요.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또 사랑이 서로 응답하는 일이 얼마나 드문지를 생각해 보면..... 아들놈하고 결혼해요. 이 세상은 다 그런 일들을 위해 만들어진 거라오." (p.249)


8.
남편이 된 조지는 열렬한 고마움에 휩싸여서 - 이 남쪽 나라에서는 모든 감정이 열렬해진다 - 어리석은 젊은이를 위해 그토록 수고한 모든 사람과 사물들에게 축복을 내렸다. 물론 그 자신도 애를 쓰긴 했지만, 그 방법은 얼마나 서툴렀던가! 중요한 전투는 모두 남들이 치렀다. 이탈리아가, 아버지가, 그리고 그의 아내가. (p.253)


9.
예전에 읽었을 때 나는 루시와 조지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장면이 그다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둘이 서로 사랑한다는 게 약간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처음부터 서로에게 끌리고 있다고 느껴졌다. 역시 책에서도 수없이 알려주고 있었는데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제대로 캐치하지 못 했다.

2012/01/30 21:07 2012/01/30 21:07
전망 좋은 방_영화
from 호랑이 2012/01/24 18:32

ebs에서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화 <전망 좋은 방>을 한다기에 회원가입까지 했는데 저작권 때문에 온에어 서비스가 되지 않아 다운 받아 봤다. E. M. 포스터의 원작을 워낙 좋아하고 해피엔딩이란 걸 알고 있기에 영화가 시작하며 내 입가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캐릭터와 배우들에 대해 한마디씩 하자면...
한 번도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배우 루시 역의 헬레나 본햄 카터, 1985년 작품이니 그녀가 스무살 무렵 찍은 것이다. 젊은 시절이라고 해도 역시 감탄할 미모는 아니지만 사랑스러움은 뚝뚝 묻어난다. 통통한 볼이랑 풍성한 (파마)헤어스타일 귀엽던데! 그리고 조지 앞에서 경계하는 모습이나 세실 앞에서 따분한 표정을 짓는 등 기억에 남는 연기를 선보인다.
세실 역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이 배우의 작품을 본 기억은 없지만 내가 갖는 이미지는 무척 남성적인 캐릭터였는데 이 영화에서 완전 샌님으로 나온다. (벨로 니 식으로 표현하면 '쪼다'같더라는) 루시의 동생 프레디는 세실에 대해 '책을 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 얼마나 매력적인 설정인가! ... 싶지만 이 이야기 안에서는 그저 사랑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일 뿐. 불쌍한 세실에게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전한다.
조지 역의 줄리안 샌즈, 이 배우는 얼굴도 이름도 여기서 처음 봤는데 원작의 조지 그대로 영화에서도 무척 매력적이다. 그의 매력은 엉뚱하고 자유롭고 사랑을 믿는다는 점. 그러나 약간의 그늘을 이용해 여자를 후린다. (하하. 이렇게 써서 미안해.) 아버지랑 사이가 좋은 점도 참 의외였다. (난 어째서인지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대한 고정관념이 뿌리 깊은 듯)
그리고 프레디도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모습 이상으로 영화에서 재현된다. 에머슨 씨, 샤롯, 소설가 래비시 역의 배우도 훌륭하고 배경과 음악의 조화도 완벽하다. 원작에 전혀 누를 끼치지 않는 영화라 말하겠소.
책을 읽으면서도 장면이 그대로 눈앞에 떠오르는 듯한 섬세한 묘사에 감탄했는데 영화에서 신성한 호수에서 목욕 장면의 등장에 깜놀. 19금으로 적나라하게 찍어낸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쩝- 사실 그렇게 적나라하게 찍지 않아도 괜찮았을텐데.
1월이고 하니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마다 올해 베스트를 떠올리는데 이 영화 역시 올해 베스트가 (개봉작은 따로 꼽겠지만) 확실하다. dvd 주문하고 오디오북도 다운 받았다. 그런데 오디오북 읽는 사람 목소리가 너무 방정맞아서 별로 듣고 싶지가 않다. 대신 책을 다시 한 번 읽어야지. 영화에서 루시와 세실의 약혼이 너무 갑작스럽다고 느꼈는데 이탈리아 여행 전부터 원래 루시와 세실이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지 확실한 기억이 없는데 확인해 봐야겠다.

2012/01/24 18:32 2012/01/24 18:32

 1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 민음사
 2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 민음사
 3 지하로부터의 수기 / 도스토예프스키 / 민음사
 4 체호프 단편선 / 안톤 체호프 / 민음사
 5 그 후 / 나쓰메 소세키 / 민음사
 6 나의 개인주의 외 / 나쓰메 소세키 / 책세상
 7 풀베개 / 나쓰메 소세키 / 책세상
 8 부바르와 페퀴셰 1 / 귀스타브 플로베르 / 책세상
 9 부바르와 페퀴셰 2 / 귀스타브 플로베르 / 책세상
10 일본 하이쿠 선집 / 마쓰오 바쇼 외 / 책세상
11 마츠오 바쇼오의 하이쿠 / 민음사

12 하워즈 엔드 / E. M. 포스터 / 열린책들
13 전망 좋은 방 / E. M. 포스터 / 열린책들
14 분신, 가난한 사람들 / 도스토예프스키 / 열린책들
15 영원한 남편 외 / 도스토예프스키 / 열린책들
16 휘페리온 / 프리드리히 횔덜린 / 을유문화사
17 루쉰 소설 전집 / 루쉰 / 을유문화사
18 프랑스 중위의 여자 / 존 파울즈 / 열린책들
19 동시에 / 잉에보르크 바흐만 / 북스토리
20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상) / 아고타 크리스토프 / 까치
21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중) / 아고타 크리스토프 / 까치
22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하) / 아고타 크리스토프 / 까치

23 부도덕 교육 강좌 / 미시마 유키오 / 소담출판사
24 런던탑 · 취미의 유전 / 나쓰메 소세키 / 을유문화사
25 꿈 열흘 밤 · 마음 / 나쓰메 소세키 / 웅진
26 행인 / 나쓰메 소세키 / 문학과지성사
27 길 위의 생 / 나쓰메 소세키 / 이레
28 갱부 · 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 현인
29 문 / 나쓰메 소세키 / 향연
30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 웅진지식하우스
31 어둠의 왼손 / 어슐러 K. 르 귄 / 시공사
32 유년기의 끝 / 아서 C. 클라크 / 시공사
33 소송 / 프란츠 카프카 / 문학동네

34 사랑의 단상 / 롤랑 바르트 / 동문선
35 명암 / 나쓰메 소세키 / 범우사
36 차가운 벽 / 트루먼 카포티 / 시공사
37 피안 지날 때까지 / 나쓰메 소세키 / 예옥
38 산시로 / 나쓰메 소세키 / 문학사상
39 런던 소식 / 나쓰메 소세키 / 하늘연못
40 회상 / 나쓰메 소세키 / 하늘연못
41 일상적인 삶 / 장 그르니에 / 민음사
42 섬 / 장 그르니에 / 민음사
43 치즈와 구더기 / 카를로 진즈부르그 / 문학과지성사
44 저주의 몫 / 조르주 바타이유 / 문학동네
45 향연 / 플라톤 / 서해문집
46 이완 맥그리거의 레알 바이크 / 이완 맥그리거 · 찰리 부어맨 / 이레
47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 존 르카레 / 열린책들
48 유리문 안에서 / 나쓰메 소세키 / 문학의숲

2012/01/12 22:48 2012/01/1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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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 식물 탐구의 역사
고대 희귀 필사본에서 근대 식물도감까지 식물 인문학의 모든 것 | 원제 The Naming of Names (2005)
애너 파보르드 | 구계원 옮김 | 글항아리


잡지의 신간 소개에서 이 책을 봤을 때 관심은 갔지만 두껍고 비싸서 서점에 가서 구경해야지 하는 정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알라딘에서 5만원 이상 사야 경품에 응모할 수 있다기에 사버렸다. (경품을 준다는 것도 아니고 응모할 기회를 준다는데 혹해서 사버린 나, 경품에는 떨어졌다.)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을 '커피 테이블 북이라고 부르는, 거실이나 대기실 탁자에 올려놓고 들춰보는 장식용 책으로도 훌륭'하다고 했는데 그런 용도로는 나름 만족한다.

이 책을 읽으며 힘들었던 점은 거의 모든 식물과 인물을 처음 들어본다는 것이었다. 역사상 최초로 식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여 식물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식물의 역사>, <식물 연구> 두 권의 저서를 남긴 '테오프라스토스'라는 기원전 300년 무렵의 그리스 철학자 이름을 외우는데도 며칠이 걸렸다. 중요한 인물이라 책 전반에 계속 언급되는데 매번 테오.. 테오.. 뭐더라?
초반에는 모르는 식물이 나오면 검색 해봤는데 그렇게는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고 찾아보더라도 구분해서 기억할 수 없었기에 나중에는 모르는 채로 읽었다. 언급하는 식물 중에 10%도 알기 힘들었지만 풍부하게 삽입된 그림들로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자연 속의 식물을 그대로를 옮긴 듯한 천재적인 실력을 발휘한 화가(알브레흐트 뒤러)도 있지만 상상속에서나 있을 법한 모습으로 그려진 식물들 또한 많았다.

식물학은 약용이나 주술 등 실용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지다가 철학적인 주제(식물의 정신)로까지 확장된다. 전쟁과 무역으로 인해 다른 지역의 새로운 식물과 축척된 지식들이 이동하거나 파괴되고 인쇄술의 발전으로 많은 지식이 단시간 빨리 전달될 수 있었지만 심각한 오류도 함께 전파되었다. 오늘날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 있는 수술, 구근, 과일 등의 용어를 정립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쳤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방대한 식물의 역사와 이에 관련한 철학자, 의사, 약사, 화가, 판화가, 인쇄업자, 식물학자 등을 아우르며 한 권으로 정리한 지은이의 열정과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식물학자 레이가 한 말은 이 책의 의의를 잘 대변한다.
"만약 후손들이 우리가 그들을 위해 얼음을 깨고 놀라운 과학의 발전을 이루기 위한 길을 최초로 닦아주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만큼 사려 깊지 않다면 조상의 무지를 동정하며 그토록 쉽고 당연한 진실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고 있었는지, 조상들이 왜 그토록 당연한 사실을 대단하게 생각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p.620

(위 인용은 책에서 그대로 가져왔고 아래부터는 임의로 줄여 인용한다.)


+ 기억에 남는 웃긴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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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레이크 암컷과 수컷


맨드레이크에 대한 미신으로 사람들은 이것을 체집할 때 식물에 끈을 연결하고 다른 쪽 끝은 굶주린 개의 목에 건 뒤 그 개가 닿지 못하는 거리에 고기를 두는 방식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식물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람을 속이고 도망갈 수도 있으니 체집한 즉시 손으로 잡아 비틀어 액체를 짜내 유리 단지에 담으라고 충고했다. (p.204)

존 제라드의 <식물의 이야기>(1597) 에 실린 식물로 기러기 나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적갈색을 띠는 흰색의 조가비가 열리는 나무로 그 조가비 안에는 작은 생물체가 들어 있고 그 껍질이 열리고 그 안의 생물체가 점점 자라다 물어 떨어져서 새가 된다. 우리는 이 새를 기러기, 흑기러기, 나무 기러기라 부른다. 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 실려있다. (p.532)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가 식물의 성性 체계를 주장했을 때 (꽃 안에 있는 수술과 심피의 개수 그리고 배열을 기준으로 하여 식물을 분류하는 새로운 방식, 실제 꽃잎의 개수는 생식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고 주장.) "블루벨, 백합, 양파가 그토록 난잡한 행동을 하리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라는 질문으로 맹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이 분류법은 그가 세상을 떠나자 거의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는 일화를 읽을 때면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p.626~627)


2012/01/09 22:14 2012/01/09 22:14
걸어도 걸어도
from 호랑이 2011/12/22 22:10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시사회를 롯데시네마에서 하기에 동네 롯데에서도 개봉하길 바랐는데 안 했다. 만약에 본다면 씨네큐브에서 봐야겠다. 이 감독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난 그의 작품을 한 편도 못 봤는데 처음으로 <걸어도 걸어도>를 봤다. 어제 캡처 이미지만으로 포스팅했었는데 오늘 몇 자 적어보려 한다.

포스터에 써 있는 "그 해 여름,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라는 문구는 좀 오바스럽다는 느낌인데 엄마의 비밀이 내게는 전혀 비밀스럽지 않은 사실이었다. 영화 참 잘 만들었다 싶지만 내가 좋아하는 내용은 아닌거라. 왜냐면 그 가족의 모습이 현실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모든 배우들이 훌륭히 연기했는데 특히 어머니 역의 키키 키린이란 배우, 매우 인상적이다. 얼굴 표정이니 동작이니 말투니 도저히 연기 같지 않은 모습. 첫 장면에서 딸과 어머니가 음식 준비하며 수다 떠는 모습, 아버지가 튀김 냄새 맡고 먹으러 나왔을 때 딸과 며느리가 소리 죽여 나누던 대화, 옆집 사람이 구급차에 실려갈 때 아버지의 모습 등 인상적인 장면이 많다.
그리고 (일본인에 대한 편견) 가족간이라도 서로 조심조심하는 모습을 보일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뭐 한국 가정과 무척이나 비슷하다. 죽은 아들이 구해 준 사람이 다녀간 뒤, 아들(료타)과 아버지가 말다툼을 하는데 만약에 한국 영화였더라면 그것보다 더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을 거 같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난 한국 가정에도 편견이 있는 것?)
몇 년 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료타는 아버지와 축구장에 가지 못 했고, 어머니에게 차를 태워주지 못 했다고 말하는데 난 거기에 회한이나 후회라는 뉘앙스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부모님 살아계실 때 효도하라느니 가족간 앙금을 어떻게 풀어보려고 노력했다느니 했다면 완전 짜증났을 것이다.
아고. 몇 자 적기 되게 힘드네. 싹 지워버리고 싶은 정리되지 않은 감상을 남기며 총총.  

추가 : 글 초반에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이 현실 그대로라서 내가 좋아하는 내용이 아니라고 해 놓고는, 영화가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을 맺자 그건 또 칭찬하고 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한 장면 연속 캡처

2011/12/22 22:10 2011/12/22 22:10
퍼펙트 센스
from 호랑이 2011/11/26 13:27
이달에 유안 맥그리거의 영화를 두 편이나 볼 수 있다니 이런 행운이! 유안은 영화를 참 많이도 찍는데 현재 N포털에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대충 2011년 영화로 6편이 검색된다.
간만의 외출에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좋아서 그런 건 아니고 왠지 무서워서; 사회도 심란하고 사람들도 낯설고 날씨도 차고 영화도 쓸쓸하고 난 감정을 더 잡으면 눈물이 나올 것도 같았는데 그러지 않기로 했다.
유안이 아니라면 굳이 보고 싶지 않았을 영화. "감각이 상실된 세계에서도 사랑이 가능할까?" 이런 의문. 당연한 거 아니야? 사랑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가능하다. 그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
유안의 상대역은 (내게는) 진해도 너무 진한 에바 그린. 머리를 밝게 염색하면 좀 나으려나? 그리고 감독은 데이빗 멕킨지. <영 아담>에서도 느꼈지만 배우들 몸을 참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준다. 예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장면이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여준다. 뭘 느끼라는 건지. 아래와 같은 기사를 읽은 후에 보니 더욱 반갑지 않았다.

배우 이완 맥그리거(40)가 다신 노출신을 찍지 않겠다고 선언해 화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연예매체 쇼비즈스파이는 올해로 40세가 된 이완이 스크린에서 노출 하기엔 너무 늙었다며 향후 노출신을 거부한 사실을 전했다.
이완은 "베드신 같은 장면에서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거의 필요없이 단지 노출만 있을 뿐이다"며 "나보다 젊고 몸 좋은 배우들이 많다"고 밝혔다. 또한 "감독들은 항상 다양한 노출을 시도하고자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일 뿐이었다"며 그간 불편했던 심경을 전했다. (2011.03.22. 스포츠 서울)


이 영화의 장르는 로맨스가 아니라 공포다. 사람들이 원인불명의 질병으로 갑자기 슬픔에 빠지고 후각을 잃고 미각, 청각, 시각까지 상실하게 되는데 그걸 보여주는 게 너무 단편적이고 직설적이어서 황당하다. 내가 끔찍하게 느꼈던 장면 중 하나는 질병의 단계 중 극심한 허기를 느끼며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대는 단계가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좀비가 떠올랐다. 간간이 삽입되는 세계의 폭동같은 건 빼는 게 나을 뻔. (그런 장면에 단골로 출연하는 북한과 김정일) 그리고 거리에서 바이올린 연주하는 여자가 선율에 따라 감각을 떠올려보라던 장면은 오글거려.
에바 그린을 전염병 연구원으로 설정했지만 영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녀가 질병을 연구하고 구명해 해결하라는 게 아니고 질병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 그나마 유안이 요리사라는 점은 감각을 상실한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는 것 정도로 이용된다.
질병이 새로운 양상을 보일 때마다 폭동이 일고 한쪽에서는 그럼에도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그래도 삶은 계속 된다'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는데 그래서 어쩌라구?

<비기너스>에서도 유안이 옷을 참 예쁘게 입었는데 여기서도 후드티와 피코트의 조합, 터틀넥티와 자켓의 조합, 하얗고 더러운 요리사 복장 등 보기 좋았다. 자전거 타는 장면도 좋았고. 초반에 배를 타고 출근하는 유안을 카메라로 아주 가깝게 잡는데 아, 아름답다. 얼굴도 크고.
<비기너스>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었는데 <퍼펙트 센스>에 대해서는 주절거리는 걸 보니 파피 니의 말에 동감. 영화 본 직후에는 좋았던 점도 있었는데 지금은 험담만 하고 있네.


2011/11/26 13:27 2011/11/26 13:27
프랑스 중위의 여자
from 호랑이 2011/11/2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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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위의 여자
존 파울즈 |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처음에 키드니가 책을 내놓았을 때 나는 <대위의 딸>과 헷갈려서 이 책을 읽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책 이미지를 찾으려고 온라인 서점 검색창에 프랑스 '대위'의 여자라고 쳐넣고는 왜 자동완성 문구를 안 보여주나 의아했다.
이 책은 읽어도 읽어도 페이지 줄어드는 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용이 어려워 눈에 들어오지 않거나 전혀 관심 밖의 이야기라서 그런 건 아니고 나름 흥미롭고 재미있는데 작가의 참견과 잔소리가 나에게는 너무 과했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상 - 그 시대의 보편적 특질, 남자 여자의 관계, 종교, 과학, 정치, 경제 상황을 내가 알게 뭐냐고! 번역가가 틈틈이 알려주긴 하는데, 에잇-

귀족 출신의 찰스는 부유한 사업가의 외동딸 어니스티나와 약혼했는데 그들 사이에 프랑스 중위와 놀아났다고 지역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사라가 끼어든다. 사라와 우연히 마주친 찰스는 그녀의 처지에 도움을 주고 어느새 애정을 느끼게 된다. 사라가 등장했을 때부터 그녀가 찰스와 뭔일이 날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나는 사라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라가 찰스를 사랑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고 찰스를 자신의 처지를 높이는데 이용하지도 않았기에. 사라에 대해서는 그로건 박사가 찰스에게 건네준 책의 사례처럼 정신적인 문제로 보는 게 훨씬 납득이 갔다. 그렇다면 찰스는? 찰스는 그냥 뭐 욕정에 끌린 거 아닐까; 그리고 그나마 양심과 책임감이 있었던 거고. (푸하하. 단순하다. -_-;)

작가는 찰스가 어니스티나와 결혼하여 살게 된 인생을 보여준 뒤 한편으로는 엑서터에서 찰스가 사라를 만났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도 이야기 해 준다. 난 지금 이 글을 쓰기 직전까지 그 뒤 이야기가 실제로 찰스가 한 행동이고 그 모든 사건이 폭풍처럼 지나간 뒤 어니스티나가 찰스를 용서해서 결혼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해서 그 부분을 찾아보니 그건 찰스의 공상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내 독서력에 다시 한탄을.... 하지만 워낙 작가가 이야기에 끼어들어 있어 그걸 작가의 말대로 공상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찜찜하다. 내가 맞게 이해한 것인지 자신이 없다. 책을 읽을 때는 배경지식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마지막 장에서 작가가 '크리스티나 로세티'를 감춰뒀다가 충격적인 인물로 소개한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이 사람이 실존인물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오, 내 무식이 한이오.

찰스와 사라의 관계는 얼핏 <연민>에서 호프밀러와 에디트의 관계가 떠올랐다. 연민에서 애정으로 발전하는 묘한 단계. 사실은 애정이 아닌데 그렇게 믿게끔 보이는 정황...이 무섭다.


2011/11/26 12:38 2011/11/26 12:38